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첫 시집이 나왔습니다! 출간 소회부터 여쭙고 싶어요.

너무너무 행복해요! 울렁울렁 신나요! 첫눈을 보는 것처럼 마음의 창이 활짝 열려서 기쁘고 기쁠 뿐이에요. 쌀알 한 톨만큼의 후회도 아쉬움도 없어요. 만들어주신 분들의 지극한 사랑 덕분이에요. 정말 많은 분들의 손길을 거쳐 시집이 태어났는데요. 그 많은 손과 애정어린 정성이 너무 감사해서 ‘드디어 태어났구나! 아유 예뻐라’ 이런 마음뿐이에요. 말랑말랑한 아기가 태어난 것처럼요. 저는 책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란 걸 처음 경험해봤어요. 책이야말로 공동체의 산물, 그 자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기뻐요. ‘나의 첫 시집’이라서가 아니라 ‘함께 만든 첫 시집’이라서. 정말 시집이 너무너무 예뻐 보여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사랑이 와요. 귀기울이면 그게 모두 새소리예요.

Q2. 죽음과 사랑의 시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어둡고 무겁기보다는 말갛고 깊은 느낌으로요. 상실과 부재 그다음에 가능한 어떤 초월적인 세계를 엿본 것도 같습니다. 아마도 시 속의 화자가 너무나 열심히, 온 마음으로 그 대상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불쑥 떠오르는 얼굴에 전부를 걸어요"라는 시구가 작가님을 잘 드러내지 않을까 짐작도 해보고요. 작가님께서 보시기에 이 시집엔 무엇이 담겨 있나요?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기억하는 마음. 도시락에 밥을 꾹꾹 눌러 담는 마음.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는 손끝의 마음. 죽은 사람들의 아름답고 빛나던 마음. 그들의 품위. 부드러운 몸짓. 보고 싶은 마음. 볼 수 없지만 용감하게 살고 싶은 마음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용감하게 애도를 하고 싶었어요. 감히 밝게, 환하게, 사랑을 쥐고 빛으로 가득한 장례를 치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쓰다보니 자꾸만 사랑시가 나왔고 말갛고 밝게 그린 죽음이 나왔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계속 보고 싶으니까요. 길 걷다가도 펑, 울며 환해졌어요. 내 안에 ‘받은 사랑’이 이렇게나 많아서 곡진하게 슬픈 거구나 싶었어요. 차곡차곡 제가 받은 그 사랑을 초를 켜듯 써보고 싶었어요. 죽어도 계속되는 게 있잖아요. 살아도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텅 빈 채로 향기롭고 가득한 것. 저를 키워준 사람들의 빛나는 사랑을 자꾸자꾸 말하고 싶었어요.

Q3. 빵이나 떡, 수육 등 먹을 것과 관련된 시편도 눈에 띕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한 거 같아요! 저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그래요. 저희 집은 온갖 요식업을 해왔고 동생은 동네에서 작은 베이커리를 하고 있답니다. 매일매일 갓 구운 바게트를 꺼내고 치아바타를 척척 쌓고 어깨를 주무르죠. 그러니 안 보고 싶어도 집안 왼편에는 빵, 베란다에도 빵, 냉동실에도 빵. 그런데 참 신기한 게 빵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밝은 힘이 있더라고요. 과연 ‘서양의 쌀밥’이라 부를 만해요. 어머니 아버지는 반찬가게를 수십 년째 하고 있어요. 반찬가게는 ‘한식의 절정’이에요. 매일 보는 게 멸치, 순두부, 더덕, 갈치, 수육, 달래, 냉이, 파김치, 녹두전이거든요. 온갖 생명의 반찬화(?)를 보고 있으면 눈부시게 아름답고 슬퍼져요. 또 할머니와 함께 먹은 숱한 음식들. 비구니들의 사랑을 받으며 크기도 했어요(명재, 떡 먹을래?). 그 아름다운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자꾸 빵과 떡과 찬이 튀어나오나봐요. 곡물처럼 밝은 말을 쓰고 싶어요.

Q4. 이 시집에서 특별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요.

콩국수를 먹는 내용의 시,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를 좋아해요. 왜냐하면 저는 엄마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엄마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며, 가장 귀한 연인이며, 저의 세부, 그리고 삶의 궁극이에요. 엄마는 몸이 아프기도 했었고 매우 혹독한 시간을 지나 살아냈어요.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기.’ 저는 엄마에게 이 놀라운 태도를 배웠어요. 그런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삶으로 시로 얼굴로 손길로 물질로 마음으로,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이 시는 순전히 엄마를 위한 시예요. 어느 여름날 엄마 가게에서 엄마를 데리고 나와 콩국수를 같이 먹으러 갔던 날의 기록이에요. 가게니, 매상이니, 다 치워버리고 둘이서 콩국수 가게로 도망치듯 달려갔는데 그때 얼마나 속이 시원하고 행복했는지. 뭔가 엄마와 함께 자유를 ‘쟁취’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엄마랑 후루룩 면발을 먹고 있는데 나 지금, 눈부신 사랑을 지나고 있구나. 환한 음식을 먹으며 그렇게 생각했어요.

Q5. 이 시집으로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한말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첫 시집을 통해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 무척 반가워요. 저는 늘 시집을 사는 입장이었는데 독자분들께 인사를 드린다는 게 얼떨떨하고 신기해요! 시집은 참 이상한 책인 것 같아요. 저는 시집 사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요. 가만히 시집을 보고 있으면 ‘책의 최소단위’라든가 ‘책의 최장거리’ 같은 엉뚱한 개념들이 떠오르고는 해요. 시집은 때로 가장 작은 책이기도 하고, 가장 길게 울리는 노래이기도 하고,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늪이기도 했어요. 그 모든 모험이 항상 ‘다르게 아름다워서’ 자꾸만 손이 가나봐요. 그런 시집을 집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요. 이 책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니까. 독자분들이 읽으시고 마음 안쪽에 사랑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