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4년 만의 신작 시집입니다. 저에게 이번 시집은 ‘시쓰기에 대한 시집’으로 읽히기도 했는데요, 시들을 정리하며 어떤 생각을 많이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시라는 장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주로 1인칭 화자인 ‘나’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는 ‘나’라는 1인칭 화자에 집중하게 되는 장르지만, ‘나’가 어떻게든 관계 속으로 들어가길 바랐어요. ‘나’의 목소리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 목소리가 어떻게 생명력 있는 관계로 확장되고 재배치될 수 있는지 쓰면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페르소나를 사용한다거나 다른 이를 초점 화자로 내세운다거나 하는 게 저한테는 인위적으로 느껴졌어요. 기존의 말하기 방식에서 벗어나되 그 벗어남이 인위적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런 고민을 하다보니 제가 서사를 주로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이전 시집에서도 서사가 안 쓰인 건 아니지만 1인칭과 2인칭 위주였다면 이번 시집엔 3인칭이 많습니다. ‘그녀’라는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그녀’가 특정 인물로 한정되지 않고 무한하게 뻗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묶었는데요, 그녀에 대해서는 아직 할말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Q2. 시집의 제목 '생명력 전개'는 표제시가 없습니다. 이 제목이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전 시집들 제목이 좀 긴 편이라 짧고 선명한 제목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던 중에 편집자님께서 제안해주신 ‘생명력 전개’가 언뜻 눈에 들어왔어요. 저한테는 생경한 구절이라서 제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후로도 자꾸만 생각이 나더라고요. 감당할 수만 있다면 이번 시집이 나아갈 방향을 지시하고, 어쩌면 그다음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제목이 두 개 있었고 나름 귀여운 것들이었지만 솔직히 수세적인 제목이었습니다. 이번 시집엔 용기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쓴 시가 적잖이 담겨 있습니다. 더 나아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중얼거리고 있는데, ‘생명력 전개’는 저에게 그다음도 있다는 감각을 갖게 해주는 제목입니다.

이번 시집 화자에게 ‘생명력 전개’에 대해 물어보면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라는 대답을 할 겁니다. 직전 시집에서 시인의 말을 빌려 “생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던 바로 그 화자거든요. 겁이 많긴 하지만 관계를 향해 조금씩 걸어나가고 있으며, 입김을 불어넣어 면적을 넓히듯 발화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관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는 사람이지요.

Q3. 시 속에 채소를 포함한 식물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들어오거나 나가는 사람들도 인상적으로 많고요. 유독 작가님에게 잘 포착되는 존재들/행동들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제 시 속으로 잘 들어오는 존재나 행동들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관심을 갖는 건 특정 존재라기보다는 그 존재와 관련된 장면입니다. 언젠가 친구와 강변을 바라보면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비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비가 하늘에서 내리는 게 아니라 저 앞에서부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더라고요. 친구는 비와 대면하는 순간에 집중해 「대치」라는 시를 썼습니다. 제가 썼다면 다가오고 있는 비를 바라보는 장면에 대한 시가 됐을 겁니다. 시간과 공간과 사람이 뒤섞이면서 저라는 존재를 뒤흔드는 장면에 매혹되는 것 같아요. 채소나 식물 그리고 사람들이 제 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제 일상 가까이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전 저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이질적인 존재들에 대해서는 언급을 잘 못해요. 가까이 있는 존재들을 낯설게 인식하는 감각에 대해서라면 할말이 조금은 있는 것 같습니다.

Q4. 수록작 중 유독 마음에 남는 시가 있으실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번 시집에 종종 등장하는 인물 중에 ‘엄마’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존재죠. 저는 시를 써오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뭔가 말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 생각해왔어요. 엄마로서의 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어도 제 엄마에 대해서는 못할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저에 대해 말하려면 엄마를 경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먼저 그 위치에 가본 사람이잖아요. 여성이 발화 위치를 찾아내 기어이 발화하는 그 순간에 다다르는 장면을 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관련 작품들을 찾아 읽고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시집이 나온다고 하니까 좀 두려워요. 엄마가 제 시집에서 맞닥뜨린 ‘엄마’를 본인이라고 생각할까봐요. 발화를 하고 난 후에 남는 오해와 이해, 그 너머까지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엄마가 등장하는 모든 시편들이 내내 마음에 남아 복기하게 만듭니다. 복기는 저를 갉아먹는 행위지만 시를 쓰게 하는 힘이기도 해요. 제가 궁극적으로 가닿고 싶은 지점은 ‘엄마’를 빼고도 ‘엄마’에 대해 발화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Q5. 이 시집을 읽을 독자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려요.

독자들이 자신을 어느 곳에 위치시키면서 시를 읽어주실지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첫 시집이 나왔을 때 먼 길을 찾아와서 질문을 건네줬던 여학생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대면한 첫 독자분들이었는데요, 질문에 대답을 해나가면서 깨달은 사실은 제가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껏 그날의 질문에 화답하는 시를 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시집이 조금이나마 가닿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