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신 첫 시집 『양파 공동체』와 두번째 시집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이후 5년 만입니다. 오랜만에 시를 엮는 마음이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내는 시집입니다. 그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물리적으로, 체력적으로 시에 집중하지 못한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더욱 출간을 고대했습니다. 시를 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깨지고 빠져나오면서 피투성이가 된 과정들이 묻어 있는 시집입니다. 이번 시집은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내가 가해자로 혹은 피해자로서 이 세상을 관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직조되는 관계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다시는 만나지 않을 관계에도, 반면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관계에도 끊기지 않고 계속 연결되는 신호가 있습니다. 저는 그 모두와 ‘이어져 있다고’ 믿습니다.
Q2. 시에 죽음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곧 살아가는 일에 관한 회의로 이어지는 듯도 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그런 시들을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나이가 들며 주변의 죽음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감정들이 고여 자연스럽게 시가 되었을 겁니다. 불과 일 년 전까지만 해도, 혹은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죽어버리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생명이 끊기고,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그런 순간. 에너지는 어디론가 이동하기 마련인데, 어떠한 이동도 없이 그렇게 끝나버린다는 점이 늘 이상했습니다. 죽은 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다만, 사라짐은 실종의 형식이지 증발의 형식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모양을 버리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 이들의 흔적을 찾고 싶었습니다. 이 역시 ‘이어져 있다’는 믿음의 방식이겠습니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돌고래의 초음파는 달까지 닿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단지 인간이 그 주파수를 들을 수 없을 뿐이라고. 혹시 그러한 주파수로 죽은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을까? 그것을 나의 귀가 듣지 못하고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질문들이 시집에 담겼습니다.
Q3. 제목인 '우리가 이어져 있다고 믿어'에는 함께하는 것에 관한 소망이 느껴지는 듯해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제목인지 들려주세요.
처음 생각한 제목은 ‘회복의 책’이었어요. 이전에는 나의 아픔에 집중하고 수렴하는 방식으로 시를 썼다면, 이제는 나의 살과 부딪쳐 멍이 들어버린 타인의 아픔이 보입니다. 내가 공동체를 위해, ‘나’ 아닌 ‘너’를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돌이켜보니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스스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목소리를 내왔는지 떠올려보고, 연대와 수행으로 시를 풀어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가 외연을 크게 크게 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의문은 여전했습니다. 삶과 죽음, 청군과 백군, 남성과 여성, 만남과 이별 간에 정말 분명한 경계가 있는 걸까? 오로지 두 선택지만 있는 것일까? 저는 그런 분명한 경계 앞에서 결정을 망설이는 모든 마음들에게 이어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면서요.
Q4. 수록작 중 유독 아끼시는 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시에 마음이 가지만 아이슬란드 여행 후 쓴 시들이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한겨울, 북반구의 아이슬란드로 혼자 날아간 적이 있습니다. 오후 3시만 되면 해가 지는 곳이었는데요. 그 흐릿하게 어둑한 오후, 중형차보다 커다란 얼음이 떠내려가던 풍경과 마을 꼭대기에 있던 조용한 교회와 아무것도 날아다니지 않던 검고 고요한 하늘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 기억들은 시가 됐습니다. 시집 여기저기에서 파편처럼 아이슬란드의 풍경이 발견될 텐데, 반갑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Q5. 이 시집을 읽을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종종 시인인 것을 잊고 살다가 결혼을 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도서관에 가 더듬더듬 시를 썼습니다. 그래서 시와 시 사이에 시차가 있습니다. 직장인일 때, 엄마일 때, 각각 다른 상태인 채로 다른 시들을 썼습니다. 한 권이지만 여러 권처럼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이 시들은 제가 가보지 않은 곳으로 걸어갈 테지요. 걱정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입니다. 누구든 읽고 있다면, 쓰고 있다면 이어져 있다고 믿습니다. 제 삶의 한 토막을 읽어주는 귀한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