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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라는 언어의 능통자

그림책이라는 세계의 여행자

다비드 칼리와의 인터뷰

Q. 안녕하세요! 문학동네입니다. 오늘이 서울에 도착한 지 사흘째이실 텐데, 이 도시의 인상은 어떤가요?

A. 그러네요, 셋째 날이네요. 사실 오늘이 둘째 날 같아요. 일정을 어제부터 시작했거든요. 숙소 앞에 작은 호수가 있어요. 그게 정말 멋집니다. 서울은 정말 큰 도시네요. 저에게는 멜버른, 시드니, 그 정도로 느껴져요. 사람들은 웃음이 많은 것 같습니다.

Q. 문학동네는 2007년 <나는 기다립니다…>(2007)를 시작으로 <적>(2008),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2014), <대단한 무엇>(2019), 그리고 <키키! 산책 갈 시간이야>(2022)까지 다섯 권의 한국어판을 펴냈습니다. 비교적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나는 기다립니다…>에서부터 최근의 <키키!>까지, 꾸준히 작가의 세계를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명실공히 한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분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 권의 책이 다른 언어로 번역, 출간되면 책의 장정이나 디자인, 세부들에서 원서와 다른 부분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런 부분들 중에 혹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A. 번역은 전적으로 그 언어와 배경 지식, 문화적 맥락과 관련된 문제여서 저는 언제나 해당 출판사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해요. 모든 제안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열려 있는 편입니다.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전까지만 나의 것이고, 출판을 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보내는 순간부터는 팀 작업의 일부가 됩니다. 제목, 캐릭터, 엔딩, 때로는 도입부에 대해 많은 출판사들이 의견을 줍니다. 이야기라는 것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신성한 무언가는 아니에요. 그래서 가끔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아주 중요한 게 아닐 때는 허락하는 편이지요.

Q. 세르주 블로크, 미겔 탕코 등 여러 나라의 화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여러 권에 걸쳐 지속적으로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화가들이 있는데요, 이들과의 작업 과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작업의 단계마다 어떤 소통이 있는지요?

A. <나는 기다립니다…>의 경우에는 완성본을 보기 전까지 세르주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지 못했어요. 붉은 실에 대해서도요. 반면 <적>은 완전히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을 고려하며 쓴 글입니다. 그의 스타일을 이미 알기 때문에 이미지를 그리며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작업 과정에서 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어요. 딱 하나,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독자가 어떤 특정한 전쟁을 연상하지는 않기를 바랐어요. (표지의 병사를 가리키며) 보편적인 전쟁의 속성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길 원했기 때문에 그 어떤 나라의 국기와도 매치되지 않는 견장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모든 나라의 국기를 공부해야 했어요. 그게 우리가 나눈 유일한 이야기였습니다. 미겔 탕코와도 몇 권을 함께 만들었는데, <대단한 무엇>에서 펼침 안에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 보자고 한 것은 미겔의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디어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섯 개의 이야기를 더 만들어야 했지요. (웃음) 제가 미겔에게 이야기를 보낼 때는 아빠는 개고 아들은 고양이인데 이야기의 끝까지 그것을 독자들이 알아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달했지요. 미겔은 모자를 사용해서 그 부분을 멋지게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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